가르침의 진정한 정신을 발견하는 여행
- 파커 J. 파머,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한문화, 2000
이미란 / 포천여자중학교 nanalee-mi@hanmail.net
(께서 쓰신 글을 발췌합니다)
‘아무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모르는 사회적 질병에 대하여 교사들이 그 치유방법을 모른다며 비난한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 한편에 항상 숙제로 떠안고 있는 ‘잘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함께 자리한다. 이 책에서는 교육은 학생들의 내면적인 여행을 인도하여 이 세상을 진지하게 보는 방식과 이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치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르침의 용기는 마음이 수용 한도보다 더 수용하도록 요구당하는 그 순간에도 마음을 열어 놓는 용기라고 말한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인가?
가르치는 학급 중에 유독 교실문 열기가 겁이 나는 반이 있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공포일 것이다. 생생한 만남을 두려워하는 것은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수긍이 간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성이 강한 반이다.(개성이라고 해야할지 무례하다고 해야할지 헷갈린다) 다양성을 수용하더라도 그 다음에 다가오는 갈등의 발생 공포를 견디기 또한 힘들다. 소수의 몇 명과 빚는 갈등이 나머지 전체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불편감을 만들고 싶지 않아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마음 한 켠에 이게 최선은 아닐 것이라고 자책한다. 저자는 갈등의 공포를 극복하면 그 다음 단계인 정체성 상실의 공포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생생한 만남에 대한 다중적인 공포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자아의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하는 창조적 갈등 단계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서 한숨을 쉰다.
‘교사는 가르침과 배움을 분리한다. 그 결과 교사들은 발언만 할 뿐 들으려 하지 않고, 학생들은 듣기만 할 뿐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교사의 공포심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려운 이유는 모든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함으로써 교사들의 결점을 덮어 두려는 데 있다고 했다. 또 저자는 교사가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의식하게 되면 정체성과 성실성의 관점에서 가르침에 임할 수 있다고 한다. 겸손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교사 집단은 강박관념이 많다고 한다. 어떤 측면에서든 현재의 나의 모습보다 나아야 한다는. 나 또한 예외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조금의 변화는 감지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몇 번씩 머리를 감싸안으면서 이 책을 탐독하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말이다. 우울증의 긍정적인 측면은 자아성찰의 기회가 된다고 했듯이 내면의 공포를 직시하고 자신의 재능, 즉 강점을 찾는다면 교실문 열기 힘든 반은 사라질 것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심각하게 이직을 생각했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1년을 10년보다 길게 보냈다. 힘든 원인의 절반 이상을 학생들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원인은 학생들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이제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스스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상담연수를 듣는 것이었다. 비록 원격연수이긴 했지만 겨울방학 한 달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저자가 ‘슬픔의 제일 좋은 점은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새로운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과의 대화가 부족했었다는 점이 지금 새록새록 그때의 아픔을 헤집는다. 가장 개별화된 직업이라고 언급했듯이 모든 문제를 혼자만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힘든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무능력의 반증이라고 생각하는 한 동료교사와의 영혼을 교감하는 대화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힘든 첫 해를 보내고 나름대로 지역에 적응(?)하고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애쓰고 있다.
생각해 볼 것들
1. 어떻게 하면 학생들은 교사를 스승으로 기억할까요? 여러분은 학생들이 나를 어떤 교사로 생각하길 바라나요?
2. 훌륭한 가르침은 상호연결적이라고 했다. 여러분의 경험 중 교실에서 상호연결성의 느낌을 끌어냈다고 생각하는 수업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3. 동료 교사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경험이 있다면 그때의 대화 방식이 어땠는지요?
